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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글또 회고 - 글 쓰러 왔을 뿐인데, 이것 다 뭐에요?(positive)

움채채 2025. 3. 30. 23:56

2024 가장 잘한 일, 글또👑

반년간 내가 진한 소속감을 느껴 온 글또 10기 활동의 공식 기간이 끝나간다. 마지막 제출일이 코앞인데 쓰고픈 말이 너무 많아 미루려다가, 이 아쉬운 마음을 흘러보내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에디터를 켰다.

 

작년에 가장 잘한 선택 두 가지를 꼽으라면 상반기는 퇴사, 하반기는 글또라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7월에 퇴사를 했고 10월에 글또 활동을 시작했다. 그 덕에 퇴사 이후의 내 일상은 예상한 것과 정말 많이 다르게 흘렀다.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첫인상: 글 쓰러 왔을 뿐인데😮

글또를 시작한 건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글또 지원서에 썼던 답변👀 진짜 그냥 글쓰러 온 사람 ..

 

글또는 개발자들을 비롯한 IT 업계에 이미 잘 알려진 커뮤니티였다고 하는데, 나는 수년간 회사에만 콕 박혀 있어서인지 글또를 몰랐다.

전직장동료이자 친구인 믹서가 마지막 기수에서는 PM/PO도 모집한다고 추천해주어 모집글을 읽었을 때에도, 블로그 글을 쓰고 서로 공유하는 정도가 활동의 전부인 줄로 알았다(나를 글또에 데려와준, 이제는 전 직장동료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것저것메이트 믹서에게 고마운 마음을 한가득 전한다💗).

 

퇴사 후에 회사에서의 시간을 정리하면서 경험을 일상적으로 정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던 차였고, 나는 모름지기 피어프레셔로 움직이는 사람이니 강제성을 위해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니까 요약하자면, '아 백수인데 이제는 진짜 글 좀 써야지 채은아..'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웬걸 까보니 '블로그 글 쓰고 인증하기'는 글또를 즐기는 그저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었다. 글또 대장이신 성윤님의 운영 모토가 '안되는 것 빼고 다 됩니다'라고 하셨는데, 사람들이 '그럼 안되는 것 빼고 다 할게요'하고 있더라! 

 

슬랙에 들어가고 오티를 들었을 때부터 어리둥절하고 압도되기 시작했다. 활동을 시작하고 한두달은 매일매일이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뭐 이런 커뮤니티가 다 있어..?(positive)' 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어느새 활동 기간이 끝나가지만, 여전히 이런 벅차고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낀다. 은찬님의 말마따나, 세상에 더 없는 커뮤니티라고 느낀다. 

 

글또 덕에 정말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고, 그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진하게 남았다. 

 

글또 덕에 할 수 있었던 것들

1. 글쓰기

글또 활동의 근본과 중심축인 블로그 글쓰기. 활동 초반에 글쓰기에 대한 목표를 뾰족하게 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글을 쓰는 근육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목표라면 십분 달성했다!

 

애초의 목적이었던 회사에서의 경험에 대한 정리부터 글또 활동 기간에 준비했던 석사 유학 지원 과정에 대한 기록, 각종 회고글, 그리고 짧은 생각의 조각들을 블로그에 남겨왔다.

 

여전히 글쓰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참 많이 걸리지만,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이 줄었다. 고민만 하는 대신 일단 조금이라도 써보기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우선 완성해서 발행하는 용기가 생겼다. 매일 조금씩 쓰면서 다듬어가는 긴 호흡에도 익숙해졌다. 이제 글쓰기가 최소한 '큰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요즘도 제출 당일에 달리는 습관이 버려지지는 않았지만(당장 이 글도..^^) 마지막날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아쓰지는 않고, 더 나은 글을 쓰고픈 욕심이 앞서 제출을 포기하는 대신 가능한 범위에서 완성해서 내기를 선택한다.

 

이렇게 잔잔하게나마 글쓰는 근육이 생긴 데에 도움을 주었거나 동력이 된 것들을 남겨본다. 


쓸모또 - 쓸만한 10분 모각글또 

글또 후반기 지속적인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글또내 글쓰기 소모임 쓸모또! 매일 오후 9시부터 한시간씩, 가능한 사람들끼리 온라인 가상공간에 모여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 주 활동이다. 

 

게더에서 오밀조밀 모여서 각자 화면공유하며 글 쓰고, 50분이 되면 쓸모또 짱인 동민님이나 자원하신 모더레이터 멤버분의 진행 아래에서 각자의 오늘 글쓰기 회고를 말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고백하자면 글은 못 써도 가끔씩 사람들 회고하는 도란도란 목소리를 듣고파서 아홉시반이 넘어서 들어가는 때도 있었다.

 

사실 백수인 나는 주로 밤에 일정이 많고 낮이 자유로운 편이라 낮에 혼자 셀프쓸모또를 하고 갈 때에도 많았는데, 쓸모또 노션에 '먼저 하고 갑니다~!' 하고 남기면 열시즈음에 따뜻하고 귀여운 댓글들이 알림으로 오면 작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쓸모또를 리틀 글또 같은 공간이라고 느낀다.

글또의 중심축인 글쓰기를 목적으로 느슨한 관계로서 모였는데, 주기적인 오프라인 만남으로 사람들 간의 연결이 시작되고, 그 만남이 좋아서 또 그 관계가 지속이 되고, 근데 그 모든 느슨하고 가까운 관계들이 따뜻함 위에 있고, 가깝고 내밀해진 관계들로 인해 누군가가 소외당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적극적인 줄다리기를 하고. 

또 구조적으로도, 소외를 경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운영진에 가까운 멤버들이 있고, 그들에게 모또짱인 동민님의 운영 부담이 자연스레 분산되는 것, 그리고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 그 멤버들도 모두 진심으로 쓸모또라는 공간을 애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까지. 

 

고정된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듯해 들어가기를 주저하다가 글또 활동이 후반기에 접어든 올 초에야 들어갔는데, 더 일찍 들어가지 않은 것이 참 아쉽다.

예상치 못한 것들을 더 많이 얻어가는 것까지 글또와 참 닮았다! 

 

 

사람들의 반응과 작은 연결들

아닌 척 하지만 내 글을 누가 읽었을까, 어떻게 읽었을까 - 하는 의식을 안 할 수 없다. 사실 나는 글또에 들어온 애초의 목적이 늘 머무르는 주변의 시선으로 글쓰기에 대한 피어프레셔를 받기 위함이었으니 당연하다. 

위에 썼듯 내가 글또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발행하는 용기'이고, 다르게 말하면 내 글들은 늘 어딘가 부끄럽고 불만족스러운 구석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 듯하면 기분이 좋다가도 숨고 싶고, 안 읽었으면 좋겠다가도 또 읽어줬으면 좋겠고 - 하는 이중첩자 감정이 들곤 했다🫠  읽어줘 아니 읽어주지마.. 반응을 보여줘 아니 보여주지마..

 

하지만 사실 관심은 좋은 거거등요.. 이따금 내가 쓴 글에 글또 분들이 티나는 반응이나, 적극적인 감상을 남겨주실 때면 딱 -🥹- 이 표정으로 행복해하곤 했다. 글 말미에 습관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하고 쓴 것을 현실에서 마주할 때의 짜릿함은 생각보다 크더라.

결국 나는 글쓰기의 동력도 사람이구나, 알게 되기도 했다. 

 

작은 관심.. 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던 😌 / 소소하게 한번 큐레이션도 됐다!

 

 

2.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하기 : 커피챗, 모각작, 이런저런 모임들

성윤님이 글또러들이 얻어가길 바라는 것을 1) 글 쓰기 그리고 2) 사람들과의 연결 - 이라고 하시는 만큼 글또러 간의 만남도 정말 활발하다. 

 

커피챗을 인증하는 채널이 있는데 정말이지 하루가 머다하고 몇개씩 커피챗 후기가 올라온다. 형태와 주제는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커리어나 다른 궁금증으로 요청해서 일대일로 대화하는 커피챗과 시간 되는 사람끼리 모여서 각자 작업하는 모각작/모각글은 당연하고, 같은 동네나 회사 사람들, MBTI 같은 사람들, 보드게임, 마피아, 테니스, 요가, 댄스, 스키, 강점검사, 어쩌구저쩌구... 암튼 사람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모든 것이 테마가 되어 그들을 묶어 만나게 하더라. 

매일 알림이 몇번씩 울리는 커피챗 후기 채널

 

 

사실 내가 글또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고 다채로운 경험을 한 것은 사람이다. 슬랙에 인증한 만남만 24번이고, 그 외 소소한 만남들을 더하면 더 많다. 글은 야무지게 패스 두개 꽉 채워 썼으면서..😌

 

물론 나보다 더 많은 만남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내가 글또에서 가장 예상하지 못했고 + 그런데 가장 크게 감화되어 많은 것을 얻어간 영역이 바로 이 사람들과의 만남이기에 내게 뜻하는 바가 정말 크다. 

 

3년 반동안 회사에만 콕 박혀 있던 내게 네트워킹이란 미지의 영역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의 내 세상과 경험은 절대적으로 좁았기에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만으로도 세상이 넓어지곤 했고, 일에 몰입하느라 바깥에 시선을 돌릴 여력이 없기도 했다.

한편으론 네트워킹을 소모적인 것으로 보는 일각의 시선을 나도 어느 정도 학습해왔다는 생각도 든다. 돌아보면 '알맹이 없는', 목적 없이 관계를 위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바라왔기 때문도 큰 것 같다. 

 

그런데 글또를 만나던 시점에 마침 운좋게 나는 퇴사를 했다. 다른 이들로부터 학습하는 염세로부터는 자유롭게 되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배고픔이 큰 상태였다. 그리고 역시 백수이기에 절대적인 에너지도 넘쳤으니, 스스로도 모르던, 내가 진짜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하는 경험들을 했다. 

 

글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세계, 경험, 생각 - 모든 종류의 내면의 영역들이 너무 쉽게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나는 커피챗을 소위 '개꿀'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어디 다른 동호회 가서 첫 스몰토크의 주제를 인생관, 가치관, 커리어 - 같은 걸로 들이밀면 보통 환영 받지 못한다(환영받는다면 축하드립니다 소울메이트 혹은 천생연분입니다 짝짝짝) 하지만 커피챗은 애초에 그런 것을 위한 장이라고 느낀다. 앉자마자 소위 '딥톡'으로 향할 수 있 다고 느낀다. 꽤 친한 지인들과도 나누지 않았을 법한 깊고 무게 있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서로 환영하는 수준으로 나누는 줄다리기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서 이만큼의 행복과 충만함을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글또라는 공간은 신기하게도 내가 편안하게 여길 만한 결과 종류의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고 느낀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개발자'라는 페르소나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구나 느꼈다. 

다채로운 삶의 경험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내게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 많았고, 자주 계속 만나고 싶은 친구같은 사람들도 생겼다. 특히 내가 글또가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은, 이런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는데도 내가 '공격받는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 

 

사람을 통해서 정말 많은 영감과, 배움과, 관계들과, 또 다시 사람을 얻어간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는 내 삶의 명제가 더 선명해지는 시간이었다. 

3. 일기 쓰고 기록하는 습관 

글또의 소모임인 일기써또 덕에 매일 일기를 쓴지 한달쯤 되었을 때 쓴 글에, 일기에 관해서도 남긴 적이 있다.

요즈음의 일기는 많이 달라졌다. 
퇴사를 하고 난 뒤, 작고 파편적인 기록들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 기록을 남길 당시에는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되기를'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없는데 현재의 나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깊이나 길이의 구애 없이, 일단 매일 조금이라도 하루를 기록하기로 했다. 

 

사실 요즘은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기록할만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면 한바닥 일기를 쓰고, 큰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어디에서든 다이어리를 펼친다. 블로그 글쓰기와 비슷하게 '큰 일'이라는 생각이 없어졌고, 저항감이 크게 줄었다.

(왼) 한 달에 얇은 노트 한 권 꼴로 일기를 썼다. 초등학교 이후로 제일 꾸준한듯.. / (오) 요즈음의 다이어리. 일기쓰든글쓰든기록하든~

 

이런 변화는 비단 일기에만 지나지 않는다.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이나 당장의 인상적인 경험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다이어리를 펼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그 덕에 요즈음의 내 다이어리는 더 불규칙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것들을 담는데, 사실 그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지점이다. 

5. 이외에도

위에 쓴 것들 외에도 (글 제출시간까지) 차마 다 나열하기 힘든 새로운 경험들을 했다. 

 

첫 사이드 프로젝트 팀을 글또에서 만나 즐겁게 했고(생각지도 못했는데 석사 지원의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또글또글 고마워요🫧)

영영 안할 거라 생각했던 피크민을 시작했고(원기핑과 피크민또 감사합니다, 믹서 미안합니다)

생애 첫 독서모임을 했고(근데 이제 술과 함께하는- 낮술낭독회 짱)

... (생각나면 또 추가)...

 

원체 무던함을 타고나 취향이나 취미가 뚜렷하거나 다채롭지 못한 나이기에, 내 경험의 다양성은 주변 사람들의 것을 흡수하며 구성된다. 그리고 나는 누구나 그렇듯,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들을 내 주변에 두고자 한다.

그렇기에 내 경험의 팔레트를 점점 더 반짝이는 데에 글또만한 공간이 없었다. 

 

글또로부터 얻은 것, 그래서 내게 남은 것

글쓰는 근육과 기록하는 습관

외부적인 요인으로 꾸준한 기록이라는 것을 해보면서, 기록이 왜 필요한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감각을 내 것으로서 느꼈다. 결국 이 습관이 시스템을 벗어나서도 지속적이려면, 그 필요가 나의 감각으로까지 들어와야 했다. 

 

기록이 생각이 되고 또 후의 나에게 영감이 되는 크고 작은 순간들을 맛봤고, (물론 그 과정에서 말그대로 과거의 일기장을 펼치는 듯한 민망한 으슬거림을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공개된 기록이 사람들과의 연결로 퍼지는 경험들을 했다. 내게는 미진한 기록과 글이 사람과 만남으로 연결되다니, 특히나 이 감각이 내게 강하게 남았고, 그 끈으로서라도 기록과 글쓰기를 계속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또 얻기 – 사람

글또 활동이 끝나갈 때즈음부터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나는 참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사람이 너무 재밌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각자의 이야기가 어떤 연결 속에서 발현되었는지에 대해서 주고 받고, 각자의 이야기이던 것이 어떤 케미를 발현해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그 케미가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것, 그리고 나와의 그 관계를 나의 안전한 또다른 관계와 연결하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과 면면이 내게는 너무 즐겁고 활력이 넘치는 일이다. 

 

사람마다 흥미를 느끼거나 향유 혹은 탐구하기를 즐기는 대상이 있는데, 내게는 그게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애정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느꼈던 이유도, 글또 활동에서도 무엇이 가장 즐거웠는지도, 그 속에서 무엇이 가장 궁금한지도,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하고 배우고 싶은지도 다 ‘사람’에 대한 것이더라. 

 

이렇게 사람이라는 존재를 애정 어리게 정의할 수 있게 한 데에, 글또의 특수성을 부정할 수 없다. 

글또에는 내가 소위 '결이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 나는 이 '결이 맞는다'는 것을, '삶의 전제가 비슷하다'는 것으로 정의한다.  내가 그렇게 느낀 사람들을 돌아보면, 삶을 대하고 추구하는 최소한의 대전제가 비슷해서, 그 위에는 어떤 다른 것들이 올라가도 내게 공격으로 느껴지지 않고, 즐거운 다름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나의 그 전제가 무엇일까 - 에 대한 생각은 요즘도 여전히 정리해나가는 중이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렇다. 따뜻함을 높이 사는 것, 사람을 쉽게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 삶에 일과 생산성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하고, 얻은 곳이 다름 아닌 글쓰러 온 곳이라니...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함에 대한 긍정

지난 몇 해간의 사회생활동안, 따뜻하고자 하면 안일하다는 시선을 받곤 했다. 따뜻하면 유능하지 못하고, 성장이라는 업계의 절대적인 문법에 어긋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둥긂, 다정함, 인간적임, 따뜻함 - 같은 것들을 계속 덜어내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언가 어긋났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애정하던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데에도 이 이유가 컸다. 그래서 떠날 때즈음 직업인으로서의 목표를 '따뜻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가능할까? - 혹은 그래도 될까? 하는 한 켠의 질문을 늘 마음에 담아야 했다. 

 

글또에서의 반년은, 그 시간을 돌고 돌아, '따뜻해도 된다'는 것을 확인받는 감정을 느낀 시간이었다. 'IT 업계', '개발자', '유익함', '생산성' - 이 키워드들 사이에서 확인한 긍정이라, 내게는 의미가 더 컸다. 

 

마음껏 다정하고 따뜻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의 힘은 내게 참  컸다. 따뜻함을 주고 받는 것이 당연해서 담백하게라도 그것을 계속 발휘하게 되고, 글또에서의 주고받음이 일상이 되고 충만함의 감각으로 돌아오니, 글또 밖에서도 그렇게 하게 되더라.

 

내 것이 아닌 시선에 의해 도려내었던 내 삶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오게 했고, 그래서 나는 지금 참 더없이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느낀다.

 

커뮤니티와 사회는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언제고 이 마음이 또 한풀 두풀 꺾이는 때가 올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곳에서 만난 수십 수백의 따뜻한 사람들도,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사회에서 각자 나름의 다정함을 뿌리며 살 것이라는 것을 나는 확인했다. 나와 비슷한 삶의 전제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아닌 것은 당연하게도 너무 다르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 진심으로 글또 활동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아직 안한 커피챗도 있고, 오프라인 모임도 있다.

그리고 이 사실과는 별개로, 내가 얻은 것들을 계속할 것이고, 만난 이들과 계속 관계할 것이 느껴진다. 

 

글또 활동을 하면서 또 한 가지 크게 느낀 건,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것이다.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성윤님의 진심이 크고 작은 행동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이 그걸 느꼈고, 그 행동에서 파생된 행동들을 한다. 

그리고 지금 글또 내 수많은 사람들이 글또를 안 보내주겠다는 그 강렬한 마음이 사방에서 느껴진다😎. 시스템으로서 유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들과 관계할 수 있는 판(?)은 그대로이니, 이게 이대로 끝날리가 없다. 이 얻음과 만남들이,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 나에게 또다른 것을 전해줄지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한다. 그래도 11기 "해줘".. 아니.. 해주세요..

 

다시 한번, 작년에 가장 잘한 일은 글또에 들어온 것이다. 그 잘한 일이 지금까지의 것으로 갇히지 않고 앞으로에도 유효하도록, 얻음과 만남을 느슨히 계속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정말 고마워 글또! 글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