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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이드 프로젝트 출시에 부쳐 (feat. 테블리, 2024 테크블로그 리포트, 포텐데이 412)

움채채 2025. 1. 5. 23:47

첫 사프 시작하기👀 

이 업계 사람들이라면 밥 먹듯 한다는(다소 의역) 사이드 프로젝트를 나는 이번에 처음 했다!

 

팀원들은 글또에서 만났다. 글없없.. 글또에는 없는 게 없다는 뜻..

글또의 소모임 이곳저곳에서 활동을 엿보며 언젠가 꼭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수민님이 모집글을 올리셔서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댓글을 보니 개발자분들의 경쟁률(?)은 박터진듯 했는데, 아무래도 글또에 기획자 분들은 많지 않아서 내가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럭키채채..🍀 

저요 제발 저요 제가 아니면 안 돼요 오직 이 날을 위해서 지금까지 어쩌구....

 

사프에 함께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목표는 다음과 같이 세웠다. 이 목표는, 사프 기간에 대학원 한 곳 원서 접수가 겹쳤음에도 망설임 없이 하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첫번째, 일에 대한 감각이 너무 휘발되지 않도록 하기
퇴사한 뒤 네 달 차, 시간이 꽤 흐르니 일에 대한 감각이 사라질까봐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일했던 경험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그러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취준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직업인으로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에 덜했을 텐데, 나는 이직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고 당분간은 계속 그럴 예정이기에 불안감이 더했다. 그래서 일의 감각을 살릴 수 있는 비슷한 형태의 경험을 지속하기 위해 언젠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수민님이 방아쇠를 당겨주신 덕에 실행할 수 있었다. 

 

두번째,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활력 있게 제품 만들기!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와 활력을 느끼는 것은, 현업에서 일할 때의 나에게도 일에서 얻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했다. 특히 사이드 프로젝트는 작업하는 과정에 명시적인 보상이 주어지거나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정 자체에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 프로젝트의 큰 의의를 차지한다고 생각했다. 또 경험상 그렇게 일했을 때 결과물이 좋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내게 유의미한 경험으로 남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큰 가치를 두었다. 특히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진행하는 PM의 역할 속에서, 팀의 말랑하고 활력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의식적으로 기여하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과 모이는 것은 내 손에 달린 것은 아니지만, 이미 글또의 인적 제반에 갖고 있는 강한 신뢰와 왠지 수민님이 잘 모아주셨을 것이라는 기대가 만나 이 부분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나이브할 수 있나 싶겠지만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믿기에 더 그랬다.

 

 

이 외에도 회사에서 일할 때 갈증을 느꼈던 이것저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최소한의 + 느슨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서, 회사 밖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일하는 과정에서 생길 예상치 못한 종류의 경험들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결론적으로는, 위에서 세웠던 목표들을 아주 상회하면서 사프를 진행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테블리 : 2024 테크 블로그 리포트👩‍💻

우리는 온갖 서비스에서 리캡을 쏟아내고 있는 연말이라는 시기에 맞게, 개발자들의 테크 블로그 링크를 넣으면 2024년의 분석 결과를 내어주는, '테크 블로그 리포트'의 준말 '테블리'를 만들었다!

11월 중후순 즈음 팀을 만든 뒤 12월 초 열흘간 비사이드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해커톤 포텐데이 412에 참가했고, 12월 중순 즈음 서비스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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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경험한 것들

사이드 프로젝트가 처음이기도 하고, 이전의 커리어도 모두 한 회사에서 쌓은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프에서 새로 경험한 것들이 많다. 이외에도 소소하게 처음 해본 것들은 수많지만(e.g. 도메인 구매해서 연결, 제품에 AI 적용, 가상오피스에서 미팅 등등..)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굵직한 경험 세 가지를 꼽았다. 

1. Zero to One 의 과정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작업 혹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비즈니스적인 맥락이 늘 그 앞에 있다. 그 맥락에 따라 이후 의사결정을 해나가면 되었다. 물론 그걸 잘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반대로 사이드 프로젝트는 뒤따르는 하나하나의 의사결정은 가볍게 할 수 있을지언정, 앞서 주어지는 맥락이 없고 아이템 결정부터 0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팀은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 많은 논의를 거쳤다. 

1. 각자 아이디어를 생각해와서 공유
2. 투표 및 논의를 통해서 2개로 추리기
3. 2개 아이디어 각각에 대해서, 다양한 챌린징 포인트에 대한 논의 후 1개 결정
4. 결정된 주제에 대해서 세부적인 아이디어 무한 발산
5. 발산한 재료를 가지고, 컨셉 & 타겟 확정 및 수렴
6. 그렇게 확정한 아이템에 대해서 MVP 범위 정의

 

실제로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윤곽이 보이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될때까지, 위 과정을 거치며 총 4번의 회의를 했다.  발산 - 수렴 - 발산 - 수렴 - 을 반복하면서 각 단계마다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논의하고 의사결정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이 과정 진행을 전반적으로 맡으면서, 회의 때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논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어려웠다. 특히 나는 빈칸에서 시작하는 것과 논의 과정의 방향 잡기를 주도하는 데에 부족함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논의 과정 자체가 큰 챌린지였고, 한 편으로는 그래서 더 이 경험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또 내가 목표로 삼은 '팀원들과 재미있고 활력 있게 일하는 것'을 달성하려면, 서로의 의견과 고민이 건강하게 얽히고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그랬다.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이렇게 앞단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된 이해를 만들었을 때에 이후 과정이 재미있고 수월하다고 느끼곤 했다. 특히 나는 개발자들이 앞단의 논의에 깊이 함께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지향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개발자 네 분 모두가 기획•디자이너와의 구분 없는 수준으로, 혹은 그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앞단의 논의에 임하는 분들이어서, 앞단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기대 이상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솔직히,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이렇게 앞단의 논의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할애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해커톤인 포텐데이 시작 이전에 팀을 꾸리고 이런 논의의 과정을 대부분 거쳤는데, 10일의 기간이 시작하는 시점에 팀 빌딩을 시작하고 아이템 논의를 했다면 이렇게 많은 논의를 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2. B2C 서비스로 최종 사용자에게 가닿기

테블리는, 우리가 참가했던 해커톤 포텐데이 412에서 1pick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좋았던 건, 글또에 테블리를 공유한 후에 쏟아지던 반응이었다.

 

특히 나는 회사에서 B2B2C SaaS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 출시한 기능에 대한 엔드 유저의 반응을 생생하게 보기 쉽지 않았다. 우선 고객사가 기능을 검토 후 적용하기를 선택해야 했고, 고객사의 선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적용의 시점은 그들의 재량에 있기 때문에 실시간적으로 유저 반응을 보는 것은 자주 하지 못한 경험이었다.

이따금씩 고객사 담당자분들이 긍정적인 유저 반응을 전달해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정신을 잃고 마는(..) 사람이었는데,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즐기고 서로 공유하는 복닥복닥한 현장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했다(positive). 퇴사를 하면서 다음에는 최종 사용자와 더 가까운 B2C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는데, 현업과는 많이 다를지라도 맛보기 경험을 해본 기분이었다. 

 

사실 회사를 다닐 때 내가 사용자와 멀리 있었다고 느낀 것은 비단 B2B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고객사들도 우리에게는 사용자이고, 엔드 유저의 반응으로부터 느끼는 활력을 고객사들로부터 비슷하게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것에 갈증을 느꼈던 것은 그들이 엔드 유저가 아닌 고객사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객사들을 사용자로 충분히 인식하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도, 이전에는 쉽사리 하지 못한 방식의 일을 테블리를 만들면서 경험했다.

애초에 우리 팀의 최종 목표는 해커톤 참여가 아닌, 출시 후 사용자에 실제로 가닿는 것까지에 있었다. 특히 서비스 타겟을 '테크블로그를 쓰는 개발자'로 정하면서는, 실제로 포텐데이 최종 산출물 제출 기한과 별개로, 우리의 주요 페르소나들이 모이는 글또에 공유하는 것을 출시로 정의하고 별개의 시점을 잡았다. 

그렇게 실제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구체적으로 상상하니, 자연스럽게 출시 전에 주변의 개발자들에게 공유해서 피드백을 받고, 그걸 토대로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또 제품을 만들면서 기획적으로 둘 중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우리 안에서 가정하고 판단하는 대신 각자 주변이나 글또 내 개발자분들에게 물어보거나, 사용자 반응을 보고 결정하기 위해 A&B 테스트 세팅을 논의하기도 했다. 

퇴사한 뒤 회사에서의 경험을 수없이 회고하면서 정리했던, 스스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인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중심에 두고 제품을 만들면서, 내가 느낀 아쉬움에 대한 해소와 그렇게 일하는 방법의 실체를 경험했다고 느낀다.

 

3. 컨텐츠 기획

10대를 대중문화 소비의 선봉에서 보낸 뒤 대학에서 신방을 전공하면서 통감한 건, 나는 컨텐츠를 끝내주게 향유하는 사람이지, 생산과 제작에는 적성과 흥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학 내내 다양한 종류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업으로 삼고자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컨텐츠 기획이 내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빠르게 얻었고 덕분에 일찍이 다른 길을 찾아나설 수 있었다. (탁월한 선택.. 친구들아 고마워😌)

 

그런데 별안간(neutral) 이번 사프에서 작게나마 컨텐츠를 기획하게 되었다.

블로그 분석 결과 페이지의 최상단에 나오는, 해당 블로그에서 2024년에 어떤 카테고리의 글을 가장 많이 썼는지를 분석해서, 그에 맞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역이었다. 해당 이미지를 개발자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밈/짤로 구성하는 것으로 팀원들과 대략 방향을 정하고 난 뒤, 기획을 시작했다.

분석결과 페이지의 '한짤요약' 영역

아니나 다를까, 어려웠다🫠 

단순히 어렵다기보다 역시 그 종류의 감각이 날서 있지 않다고 느꼈다. 좋은 컨텐츠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타겟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정보에 대한 지식(e.g. 개발 용어, 개발자들에게 화두가 되는 주제 등)은 물론, 타겟 사용자들의 감성에 대한 이해(e.g. 개발자 감성..), 그리고 그것을 적절한 형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컨텐츠에 대한 체화 - 등 여러 요소들이 채워져야 하고, 이런 것들이 논리적인 계산이 아닌 감각적으로 떠올라야 한다. 물론 하나라도 그것이 맞아 떨어진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에는 희열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앞서 말했듯 이런 컨텐츠의 헤비 컨슈머였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물에 대한 기준은 높은데, 그에 맞는 컨텐츠가 뽑아내어지지 않아서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추구미와 도달가능미가 다르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일까... 

 

하지만 운 좋게도 우리 타겟은 개발자였고, 우리 팀에는 개발자가 4명이나 있었다! 럭키채채22...

개발자분들을 비롯한 팀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컨텐츠로 활용할만한 소스를 제안해주셨고, 카테고리별로 뽑은 컨텐츠들을 마음 편하게 팀 내에서 투표에 부칠 수 있기도 했다. 몇몇 카테고리들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아이디어가 도통 떠오르지 않아서, 팀원들이 같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준 덕분에 확정할 수 있기도 했다.

팀원들에게 투표 & 피드백 받았던 흔적

 

아래는 최근 매거진 <B> 의 대표인 조수용 디자이너가 쓴 <일의 감각>이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p118 프리챌이든, 네이버는 그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건물을 디자인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다. 

 

'브랜드의 메이커'로서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관점에서는 건물이든, IT 제품이든, 식당이든, 인테리어든 그 매개체가 무엇인지를 구분해서 보지 않는다는 맥락이다. 

 

얇게나마 컨텐츠 기획을 하면서 자신은 부족했지만 이 문장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냈다. 프로덕트 기획/컨텐츠 기획/영상 기획과 같은 버티컬한 직무 구분이 통용되긴 하지만, 사실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메이커'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일의 범위를 무자르듯 나누어버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좋은 사프 경험에 중요한 것

운 좋게도, 첫 사프의 과정과 결과에서 모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적극적이고 따뜻한 팀원들을 만난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건 행운이 따른 것이라 생각하기에 차치하고, 사프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 주요하다고 느낀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1. 제품의 목표와 MVP 범위를 좁고 뾰족하게 정의하기

리소스의 관점 - 포텐데이가 끝나고 난 뒤 다른 팀들을 최종산출물을 보았을 때, 실제 작동하는 서비스까지 출시한 팀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무언가 '하나의 사이클을 깔끔히 마무리했다'했다고 느껴지는 서비스는 더욱 적었다. 테블리가 1pick으로 선정된 데에도 이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느낀다.

해커톤에서 상을 받는 것이 팀의 최종 목표는 아니었지만, 본격 작업에 10일의 시간 제한을 둔 것이 우리에게는 MVP를 정의하는 데에 건강한 제동장치가 되었다. 그 기간을 기준으로 MVP를 현실적으로 정의한 것이 해커톤 결과에서도, 실제 출시 후 사용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에서도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포텐데이 412 - 테블리에 대한 코멘트

 

동력의 관점 - 회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이나 긴장을 주는 장치들이 동기부여를 도울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장치들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프가 굴러가게 하는 데에 팀원들 각각의 동력이 중요하고,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MVP 범위가 크고 목적이나 타겟이 모호하면, 가시화되지 않은 일에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회사라면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팽팽하게 노력할 동인이 충분하지만, 사프에서는 아닐 가능성이 많다.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관점 - 단기간에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중에서는 테블리와 같이,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 동기가 '필요'가 아닌 '흥미'인 경우가 많은데, 그럴 수록 타겟을 좁히고 뾰족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재미로 사람을 소구하기 위해서는 좁은 범위의 타겟 사용자들이 깊게 공감할 만한 무언가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컨텐츠가 주요한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2. 팀원들 모두가 최소한의 흥미를 느끼는 아이템 고르기

사이드 프로젝트의 기간은 짧고, 관계는 느슨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 사이드 프로젝트를 굴러가게 하는 데에는 팀원들이 각각의 주체적인 동력이 거의 전부에 가깝다. 그런데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 동력은 추락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현타 중 하나가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하는 것인데, 회사는 그 이유를 다른 보상이나 강제 요소를 통해서라도 상쇄시킬 수 있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니다. 

흥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다. 본인이 사용자 당사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감할 수도 있고, 공감은 어렵더라도 궁금하거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주제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더라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방법론이나 기술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팀원들이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최소한의 설득이 되어야 사이드 프로젝트를 최소한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온도일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3. 팀원들이 사프에서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 비슷한 것

회사 안에서도 각자가 일을 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계약관계라는 명시적인 제약이 '회사의 이익 추구'라는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프의 경우, 더 큰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함께하는 데에다 외적 제약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자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 더 크게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 간극이 크면 과정이 괴로운 것은 물론이고, 사이드 프로젝트의 특성상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우리 팀은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시할지, 무엇을 얻어갈지'에 대한 싱크를 맞추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도 팀을 꾸리고 첫 미팅 때, 수민님의 주도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각자 이 프로젝트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했고 그것이 모여서 우리 프로젝트 진행의 지향점이 되었다. 

운 좋게도, 이 글의 서두에 쓴 나의 목표가 다른 팀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반드시 이런 종류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이런 종류의 기술을 활용해보고 싶다'는 것보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물론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욕심이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즐겁고 활력 있게 일할 때 좋은 결과물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마음이 맞았다.

 

우리는 지향점을 이렇게 두었지만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다. 어떤 팀은 강한 피어 프레셔를 통해서 강도 높은 경험을 하기를 지향할 수도 있고, 또다른 팀은 기술적으로 수준 높은 개발을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 수도 있다. 그 내용과 방향이 무엇이 되었든, 팀원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향점과 목표에 대해서 의견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이다. 

 

마무리하며

성실하고 유능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일의 감각이 휘발될까 하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고, 애초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활력 있고 재미있게 일했다. 앞으로 계속될 소중한 인연들을 만든 건 덤이다! 

 

또글또글🫧

 

여러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글로는 좀 딱딱하게 쓰였지만, 여러모로 연말의 기분이 나지 않던 지난 12월, 가장 따뜻하고 재미있게 보낸 시간을 꼽으라고 하면 우리 팀 또글또글과 테블리를 만들던 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함께해주신 경탁님, 은찬님, 수민님, 인애님, 효진님께 또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